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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팀원을 측정하는 온도계를 만들려고 했다

저자: 고경만 (해경, haegyung) · 출처: 브런치 채널 · 최초 발행: 2017-08-03 · 개선 정본 판본

창업해서 팀원을 뽑는다면 사람을 측정해 채용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다시 읽으면 위험한 문장입니다. 사람을 장점과 단점으로 재단하지 않고 특성으로 보겠다는 뜻이었지만, 측정한다는 말에는 누군가를 숫자 안에 가둘 힘이 들어 있습니다.

제가 원했던 온도계는 점수표만을 뜻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 질문을 꺼내는 촉매에 가까웠습니다. 당시 WPI와 Q방법론을 배우며 그런 도구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얻었고, 성격 아이디에이션 카드를 만들며 사람의 차이를 탐색했습니다. 그러나 그 경험만으로 도구의 타당성이나 채용 효과를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질문은 있습니다. 함께 일할 사람은 언제 힘을 얻고, 언제 스트레스를 받는가. 어떤 방식으로 배우며, 어느 정도의 자율성과 설명을 원하는가. 이 질문을 잘 다루면 서로 다른 개성이 녹아 없어지는 조직이 아니라, 차이를 지닌 채 어울리는 ‘개성의 용광로’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온도계에는 먼저 사용 규칙이 필요합니다. 채용의 합격과 탈락을 한 검사로 정하지 않습니다. 실제 업무 장면을 묻고, 답을 성격의 본질로 확대하지 않습니다. 해석을 당사자에게 돌려주고 “이 설명이 맞습니까?”라고 확인합니다. 맞지 않다면 도구보다 사람의 말을 따라 수정합니다. 시간이 지나 상황이 바뀌면 다시 묻습니다.

유용한 온도계는 사람의 온도를 확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측정하는 사람의 손이 너무 뜨겁거나 차갑지 않은지 함께 보여줘야 합니다. 제가 알고 싶었던 것은 팀원의 등급이 아니라, 서로의 특성이 일하는 장면에서 어떻게 만나는가였습니다.

온도계로 무엇을 하려는가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팀원의 우열이 아니었다. 어떤 일에서 에너지를 얻고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어떤 방식으로 배우고 협력하는지였다. 말로 정리하면서 생각하는 사람과 혼자 숙성한 뒤 말하는 사람을 같은 회의 규칙에 넣으면 한쪽의 능력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빠르게 시도하는 사람과 충분한 근거를 모으는 사람도 서로를 방해한다고 느낄 수 있다. 이 차이를 결함이 아니라 특성으로 보면 역할과 협업 방식을 조정할 여지가 생긴다.

나는 이런 조직을 ‘개성의 용광로’라고 불렀다.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서로 다른 특성이 조화를 이루어 혼자서는 만들기 어려운 결과를 내는 조직이다. 당시에는 WPI와 Q방법론을 배우며 사람의 주관성을 관찰할 도구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성격 아이디에이션 카드도 그 탐색에서 나왔다. 다만 그 경험은 특정 검사가 채용이나 성장을 예측한다고 입증한 결과가 아니다.

능력과 문화 적합성만으로 충분한가

팀을 꾸릴 때 현재 능력을 중심으로 뽑으면 지금 확인된 가능성 밖의 특성을 놓칠 수 있다. 반대로 적성검사나 문화 적합성으로 맞지 않을 사람을 걸러내면 비슷한 성향만 남기고 다름을 위험으로 취급할 수 있다. 그렇다고 성격 도구가 자동으로 더 좋은 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특정 특성을 이상적인 직원의 기준으로 놓는 순간 장단점 평가와 다르지 않다.

유용한 온도계라면 사람을 한 줄의 서열로 놓지 않아야 한다. 채용 탈락을 자동 판정하지 않고, 당사자가 결과를 보고 이의를 제기하거나 다른 설명을 보탤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을 수집하고 누가 보며 언제 지울지, 참여하지 않을 선택이 있는지도 중요하다.

잘못된 온도계는 사람의 가치를 잰다. 내가 바라던 온도계는 함께 일할 조건을 더 잘 묻는 대화 도구다. 이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 배우기 쉬운지, 어떤 역할에서 힘을 내는지, 다른 사람과 어디에서 오해가 생길지 살핀다. 그 도구가 실제 성장과 조화에 도움이 되는지는 사용하며 확인해야 한다. 내가 가능하다고 믿었다는 사실과 효과가 입증됐다는 말은 다르다.

독자의 맥락과 여백

이 글을 읽으며 떠오른 당신의 장면은 무엇인가요? 질문과 선택의 맥락을 자기 노트에 기록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