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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맥락

책은 대화고, 의미는 맥락에서 태어난다

말콤 글레드웰의 ‘다윗과 골리앗’을 읽고 있다. 이 책의 머리말을 읽다가 눈에 띄는 것들이 있어서 적어 본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 글레드웰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우리의 고정관념은 사실, 허상이라는 것.

2. 우리가 고정관념이라는 허상에 빠져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

글래드웰이 자신의 생각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사례로 선택한 것이 성서 속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이다. 글레드웰은 이 성서 속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를 실제 사례처럼 적으려 부단히 애를 쓴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사람들에게 더 잘 받아 들여지기 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뒤에 나오는 사례들과 통일성을 갖추기 위함이기도 할 것이다. 어쨌든 글레드웰은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잘 전달하고 있다.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이 두 가지 정도 있다. 첫째, 신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성서 속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는 ‘실제 했던 일’이 아니라는 것. 둘째, 글래드웰이 적은 머리말의 내용 역시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과학 논문을 이 머리말처럼 쓴다고 한다면 그 논문은 바로 쓰레기통으로 향할 것이다.(물론 이글은 과학계의 논문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레드웰의 말은 타당하다. 동시에 객관적이지 않으며, 사실에 근거해서 쓰여진 글로 볼 수도 없다.

오늘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레드웰의 말은 타당하다.”

이 대목이 중요한 것은 글쓰기, 읽기, 말하기, 듣기라는 일종의 대화 활동에서 중요한 속성 중 하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서 무시되거나 잊힌 속성이 아닐까 한다.

글레드웰의 말이 타당하다는 것은, 사실과 데이터 보다 해석에 의존한 글들 역시 타당성을 갖춘다는 것이며, 타당성이 사실과 객관성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기도 하다.

앞서 말했듯이 글을 쓰고, 글을 읽고, 말하고 듣는 것은 대화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대화는 사람들이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을 타인에게 전달하고 나누는 행위를 말한다. 그리고 대화의 최종 목적지는 공감이다. 내가 말한 것을 남이 공감한다면 대화가 성공적이라는 것을 말하고, 그렇지 못하다면 대화가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사실과 객관성과 거리가 있는 글이더라도 공감이 된다면, 타당하거나 믿음이 가는 글이 될 수 있다.

그렇다. 글레드웰과 나는 대화에 성공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글이나 말의 과학성과 정확성만을 강조하고 있다. 세세한 부분을 따지기도 하고, 맞춤법 오탈자 교정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들에게 글은 오로지 미분의 대상이다. 글을 문장으로 문장을 단어로 파편화 시키고 쪼갠다. 그들은 하나의 빈틈이라도 발견되면 그 글에 의문을 품는다. 표현의 강하고 약함을 따져 묻기도 한다. 말하는이(글쓰는이)가 무슨 의도로, 무슨 뜻을 전달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보다 표현상의 강도나 맞춤법 같은 형태 따위를 더 중요시한다. 내가 대화를 오로지 미분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순간부터 글이나 말이라는 행위는, 대화는 무의미해진다. 그 순간부터 나와 글레드웰의 대화는 실패를 벗어나지 못한다.

나는 정확한 대화, 과학적인 대화가 불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경시되고 있는 대화의 다른 측면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다. 책을 읽을 때도 저자의 경험을 읽어야 한다. 이것은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 사이의 맥락을 읽고, 그 맥락 뒤에 숨어 있는 저자의 경험, 저자의 의도, 저자의 생각을 들을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파편화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책은 대화고, 의미는 사실보다 맥락이다.

기억 속, 한 선생님께 들은 말로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때는 참고할 만한 좋은 부분을 들으세요. 틀린 내용이나 흠에 집중하면 쓸데없이 싸우기만 할 뿐입니다.”

haegyung.com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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