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매력 요소를 정리해보려다 이런 생각에 닿았습니다. 이야기만이 아니라 보고서나 제품도, 사람들이 어느 지점에서 끌리고 움직이는지 살펴보면 비슷한 질문을 던질 수 있지 않을까.
출발점은 Big Five입니다. 원문에서 참고한 다섯 성향은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신경성입니다. 개방성은 상상력과 호기심, 성실성은 성취를 향한 노력, 외향성은 사회와 현실에 대한 적극성, 친화성은 협조와 배려, 신경성은 정서 변화를 쉽게 느끼는 성향으로 설명됩니다. 이 정의는 원문에 붙인 [참고 링크](https://ko.wikipedia.org/wiki/5가지_성격_특성_요소)를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제 가설입니다. 성격 요인을 콘텐츠의 속성으로 그대로 옮길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사람을 설명하던 언어를, 이야기와 제품을 관찰하는 질문으로 바꿔보자는 시도입니다.
다섯 성향을 다섯 열쇠로 바꾸기
성향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람을 상상하면 각각 다른 방향이 보입니다. 개방성 인간은 다양하고 색다른 것을 찾습니다. 성실성 인간은 성취와 실용을 향합니다. 외향성 인간은 사람과 현실 세계로 나갑니다. 친화성 인간은 신뢰와 공동체를 중시합니다. 신경성 인간은 쉽게 느끼고, 남과 공유하기 어려운 개인적 감각에 가까이 있습니다.
이 다섯 방향을 콘텐츠를 보는 열쇠로 바꿔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다섯 가지를 모두 갖춰야 좋은 것은 아닙니다. 하나가 중심일 수도 있고, 서로 겹칠 수도 있습니다. 이 목록의 역할은 점수를 매기는 일이 아니라, 익숙한 관점 바깥에 질문을 하나 더 놓는 일입니다.
이야기에서 찾아보기
《로미오와 줄리엣》을 생각해봅시다. 원수인 집안은 공동체의 규칙을 보여줍니다. 두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은 개인의 층위입니다. 그들은 현실의 갈등과 시련에 부딪히고, 그 난관을 넘으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수라는 운명과 현재 상태를 초월하려고 싸웁니다.
이렇게 읽으면 작품을 ‘사랑 이야기’라는 한 문장에 가두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작품을 억지로 다섯 칸에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작품이 한 열쇠로 충분히 설명된다면 나머지를 채우지 않는 것도 관찰 결과입니다.
사업 보고서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사업 보고서를 쓴다고 해보죠. 이 사업이 나나 우리 회사에 왜 중요한지 개인적 의미가 있어야 합니다. 함께할 사람이나 고객에게 어떤 타당성이 있는지도 물어야 합니다. 실제 자원과 일정으로 가능한지 현실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무엇을 성취할지, 예를 들어 고객 경험을 바꾸거나 매출 목표를 세우는 일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어떤 상태를 넘어설지 적어야 합니다.
이때 다음 순서로 물어볼 수 있습니다.
1. 이 사업은 누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2. 함께 쓰거나 영향을 받는 사람은 누구인가?
3. 오늘의 조건에서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가?
4. 끝났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가?
5. 현재의 방식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가 있는가?
이 질문은 사업성을 증명하지 않습니다. 매출이나 고객 행동을 자동으로 만들어주지도 않습니다. 다만 현실성만 강조한 보고서가 사람의 의미와 공동체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반대로 멋진 비전만 있고 실행이 비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게 해줍니다.
가설은 틀릴 수 있어야 한다
이 다섯 열쇠를 모든 이야기와 제품을 여는 보편 법칙이라고 말할 근거는 아직 없습니다. 오히려 맞지 않는 작품이나 제품을 만나야 가설을 시험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열쇠만으로도 충분히 작동하는 대상, 다섯 열쇠로 봐도 설명되지 않는 대상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글의 제목에 ‘가설’을 붙였습니다. 좋은 렌즈는 무엇이든 설명한다고 주장하는 렌즈가 아니라, 어디에서 잘 보이고 어디에서 흐려지는지 알려주는 렌즈입니다. 다음에 이야기나 제품을 볼 때, 먼저 하나를 골라 물어보면 됩니다. 이 대상에는 개인의 감각이 있는가. 함께할 관계가 있는가. 현실의 움직임이 보이는가. 이루려는 결과가 있는가. 지금의 한계를 넘는 상상이 있는가.
다섯 질문에 답하고 나면 대상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너무 빨리 지나친 한 층위를 다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