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그녀’라는 말을 비판하는 글을 읽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 내가 궁금했던 것은 그 말이 성차별적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처음에는 번역어가 생긴 이유를 알아야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 쓰임을 묻는 설문도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 남아 있는 원고에는 설문 결과가 없다. ‘she’를 왜 ‘그녀’로 옮겼는지 확인한 자료도 없다. 그러므로 이 글은 언어의 역사나 사람들의 인식을 밝힌 조사 결과가 아니다. 질문을 따라가며 내 입장이 바뀐 기록에 가깝다.
당시 나는 먼저 ‘그’와 ‘그녀’를 보았다. ‘그’는 문맥에 따라 성별을 드러내지 않거나 남성을 가리키고, ‘그녀’는 여성을 분명히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이 차이가 어떤 역사에서 생겼는지는 알지 못했다. 어원을 모른다는 이유로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도 없고, 현재의 비대칭만으로 처음부터 같은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었다.
의사와 여의사, 교사와 여교사, 게이머와 여성 게이머 같은 말은 다른 질문을 보이게 했다. 한쪽은 직업의 기본 이름이고, 다른 한쪽에는 성별 표시가 붙는다. 표시가 없는 쪽을 자연스럽게 남성으로 떠올린다면 여성은 같은 일을 하면서도 예외처럼 불릴 수 있다.
나는 그때 ‘그때까지의 일반적인 것’이 말의 이미지를 만든다고 추측했다. 어떤 집단에서 남성이 더 많이 보였던 시기에 성별 없는 이름이 남성을 기본값처럼 가리키고, 여성에게만 표시가 붙었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 역사적 설명은 이 글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현재의 말을 볼 때 유용한 질문은 남는다.
당시에는 ‘표준’이라는 말도 다수성·권력·기준점이라는 세 속성으로 풀었다. 무엇이 표준으로 불리는 순간, 표시가 붙지 않은 쪽은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표시가 붙은 쪽은 적거나 낯선 사례처럼 읽힌다. 이 관점에서 ‘여의사’는 단지 성별 정보를 더한 말이 아니라 누가 의사의 기본 이미지였는지를 보여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교사처럼 내가 떠올린 성비의 이미지와 말의 기본값이 어긋나는 사례도 있었다. 게이머 역시 여성에게만 성별을 붙이는 말이 언제까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했다. 그러나 당시 원고에는 실제 직업별 성비나 용례 변화 자료가 없었다. 그래서 이 사례들은 역사적 결론이 아니라 무엇을 조사해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질문으로만 남긴다.
누가 표시 없이 불리는가.
누구에게만 성별이 덧붙는가.
그 구분이 지금도 필요한 정보를 주는가, 아니면 한쪽을 예외로 만드는가.
용례를 자료로 살핀다면 응답 수만 볼 일도 아니다. 어떤 문장을 보여 주었는지, 누가 답했는지, 세대와 맥락에 따라 인식이 달랐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당시 내가 만든 설문은 이 기준으로 검토하지 못했고 결과도 이 원고에 남아 있지 않다.
예를 들어 “그는 회의에 들어왔다”를 읽고 성별을 어떻게 떠올리는지 묻는 질문과, 실제 글쓰기에서 ‘그’와 ‘그녀’를 언제 선택하는지 묻는 질문은 다른 것을 측정한다. 직업명 앞의 성별 표시가 차별적이라고 느끼는지 묻는 일과 실제 기사에서 성별 표지가 얼마나 쓰였는지 세는 일도 다르다. 인식·행동·텍스트 빈도를 한 설문의 숫자로 섞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이 글은 답을 확정하지 않는다. 대신 어원, 현재 쓰임,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구분해 보자는 데까지 간다. 말이 생겼을 때의 사정이 무엇이었든, 지금의 쓰임이 누군가를 기본값으로 만들고 다른 누군가를 예외로 만든다면 그 효과는 다시 물을 수 있다.
원문 끝에 나는 “적으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썼다. 여전히 그 문장이 가장 정확하다. 언어에 관한 판단은 내가 가진 첫 입장을 지키는 일이 아니라, 쓰임을 살피며 무엇을 놓쳤는지 고치는 일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