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포켓몬 GO 이야기가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휩쓸었다. 누군가는 증강현실의 가능성을 보여 준 사례라고 했고, 누군가는 포켓몬이라는 콘텐츠의 힘이라고 했다. 나는 둘 중 어느 쪽이 더 큰 성공 원인이었는지를 판단하기보다, 두 요소가 만나는 자리에 관심이 갔다.
아이디어와 행동의 관계를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한다.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그리고 행동에 옮긴다.
하지만 그 사이에는 한 문장이 더 필요하다.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그 아이디어를 행동에 옮길 방법을 생각한다. 그리고 실행한다.
처음의 아이디어가 ‘무엇을 전할 것인가’라면, 두 번째 아이디어는 ‘어떻게 전할 것인가’다. 실행은 저절로 이어지는 마지막 단계가 아니다.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닿게 할지 결정하는 또 하나의 생각이 필요하다.
포켓몬 GO를 당시의 내 시선으로 다시 써 보면 이렇다.
포켓몬이라는 콘텐츠를 게임으로 만든다.
포켓몬을 현실의 장소에서 찾고 만나는 방식으로 게임을 만든다.
두 번째 문장에는 전달 방식이 들어 있다. 포켓몬이라는 세계와 증강현실을 포함한 기술적 방식이 만나 사용자가 움직이는 장면을 만든다. 이 글은 그 만남이 실제 성과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검증하지 않는다. 다만 콘텐츠만으로도, 기술만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기획의 자리를 보여 준다.
기획자는 콘텐츠 아이디어를 다루고, 그것이 사용자에게 닿을 전달 아이디어를 만든다. 그래서 앱이나 웹의 화면을 그리는 일만으로 기획을 다 설명하기는 어렵다. 무엇을 건네려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전달 방식도 판단할 수 없다.
자기 서비스를 볼 때 세 가지를 나눠 적어 볼 수 있다.
사용자에게 무엇을 전하려는가.
그것을 어떤 경험과 기술로 전달하려는가.
사용자가 실제로 받았는지는 어떤 반응으로 확인할 것인가.
셋 중 하나가 비어 있다면 바로 만들기보다 다시 생각할 때다. 콘텐츠가 약한데 전달 기술만 화려할 수도 있고, 좋은 내용을 사용자가 닿기 어려운 방식에 가둘 수도 있다.
포켓몬과 증강현실 가운데 하나를 승자로 고를 필요는 없다. 내가 본 기획의 핵심은 둘 사이를 잇고, 사용자가 경험할 장면으로 바꾸는 노동에 있다. 기획자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인 동시에, 아이디어가 건너갈 방법을 다시 생각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