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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에게 과거와 미래를 펼쳐보기

저자: 고경만 (해경, haegyung) · 출처: haegyung.com · 최초 발행: 2024-11-10 · 개선 정본 판본

오래된 사진을 다시 보면 그때와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온다. 당시에는 실패의 흔적으로만 보였던 장면에서, 이제는 무엇을 중요하게 여겼는지 읽게 될 수도 있다. 사진 속 사건이 바뀐 것은 아니다. 그것을 보는 내가 다른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나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일직선 위에 놓는 그림에 하나를 더 보태고 싶다. 현재 안에서 기억과 예상이 펼쳐지는 그림이다. 과거를 떠올리는 것도, 미래를 그리는 것도 지금의 필요와 질문 속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바뀌는 것은 사건보다 그 사건을 읽는 자리

실패한 프로젝트를 떠올려 보자. 당시에는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크게 보였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난 뒤에는 고객을 너무 빨리 안다고 생각했던 순간이나, 함께 일하는 사람의 신호를 지나쳤던 장면이 보일 수도 있다.

이것은 모든 실패가 결국 좋은 일이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손실과 상처는 그대로 남을 수 있다. 다만 그 경험에서 지금 무엇을 읽을 것인가는 다시 물을 수 있다. 사건을 바꾸는 일과 사건에 부여하는 의미를 바꾸는 일을 구분하고 싶다.

‘나는 그때 실패했다’는 문장에 ‘그래서 지금은 무엇을 먼저 확인하는가’를 붙여 보면, 과거는 나를 판정하는 문장만으로 남지 않는다. 현재의 선택에 필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아직 의미를 찾기 어렵다면 억지로 교훈을 만들 필요는 없다.

미래를 그리는 일도 지금의 조건에서 시작한다

미래는 오늘의 뜻대로 정해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선택과 환경의 변화도 영향을 준다. 그러니 현재에 집중한다는 말을 원하는 미래를 모두 만들 수 있다는 약속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렇지만 지금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은 있다. 읽고 싶은 책의 한 대목을 펼치는 일, 미뤄둔 질문을 적는 일, 필요한 사람에게 확인하는 일처럼 작게 시작할 수 있다. 그 행동이 기대한 결과로 이어지는지는 다시 살핀다.

큰 목표가 부담스러울 때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묻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와 함께 ‘오늘 어떤 선택에서 그 모습을 조금 드러낼 수 있을까’를 묻는 것이다. 이 질문을 누구에게나 같은 효과를 내는 심리 기법으로 제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두 가지 시간의 그림을 함께 쓰기

과거·현재·미래를 나누는 방식도 필요하다. 사건의 순서를 확인하거나 책임을 판단하고 일정을 세울 때는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현재에서 의미를 읽는다고 해서 그 순서를 지워서는 안 된다.

반대로 순서만 적어서는 지금 왜 그 일이 떠오르는지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때 현재의 질문을 가운데 놓아 볼 수 있다. 지금 무엇이 필요해서 그 기억을 떠올리는지, 어떤 기대 때문에 미래를 그리는지 살핀다. 두 그림은 서로를 없애기보다 다른 질문에 답한다.

종이에 지금 마음에 남은 일 하나를 적어도 좋겠다. 그 일에서 실제로 일어난 것과 지금 해석하는 것을 나누고, 앞으로 바라는 것과 오늘 선택할 수 있는 것을 나눈다. 답을 빨리 내리기보다 네 문장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본다.

나는 ‘모든 것이 지금에서 펼쳐진다’는 말을 이렇게 읽고 싶다. 과거를 없애거나 미래를 통제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 둘을 마주하는 자리가 지금이라는 뜻으로. 오래된 사진을 덮고 나면 같은 하루로 돌아오지만, 무엇을 먼저 볼지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독자의 맥락과 여백

이 글을 읽으며 떠오른 당신의 장면은 무엇인가요? 질문과 선택의 맥락을 자기 노트에 기록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