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성격을 설명하던 틀을 기업 이미지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예전에 나는 WPI에서 다루던 가치와 성향의 짝을 기업에 옮겨 보았다. 관계, 믿음, 규범, 셀프, 향유 가운데 하나를 고르고 그에 어울리는 기업의 성격을 상상했다.
흥미로운 사고 실험이었지만, 사람을 위한 분류가 기업에도 그대로 맞는다는 근거는 확인하지 못했다. 기업은 한 사람보다 복잡하다. 구성원과 제품, 고객에게 하는 말과 실제 의사결정이 서로 다른 방향을 보일 수 있다. 유형 이름 하나로 그 복잡함을 덮어서는 안 된다.
그래도 원문에서 남길 만한 질문은 있다.
기업이 추구한다고 말하는 가치와 실제로 보여 주는 행동은 서로 맞는가.
다섯 가치를 기업을 보는 임시 렌즈로 쓸 수 있다. 관계를 중시하는가. 신뢰를 지키는가. 공동의 규범을 세우는가. 자기다운 이상을 밀고 가는가. 과업과 경험의 향유를 앞세우는가. 하나만 고를 필요도 없고, 이 다섯 가지가 모든 기업을 설명한다고 볼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선택한 이름보다 증거다. 기업의 메시지에서 그 가치가 보이는가. 제품을 쓰는 경험에서도 같은 약속을 느낄 수 있는가. 구성원과 파트너를 대하는 조직의 행동도 그 약속을 지키는가.
세 곳이 서로 어긋나면 매력적인 문구만 남는다. 믿음을 말하면서 약속을 자주 바꾸거나, 관계를 말하면서 불편을 고객에게 떠넘긴다면 선택한 가치는 다시 살펴야 한다. 반대로 화려하게 선언하지 않아도 같은 태도를 여러 선택에서 반복한다면 그 기업의 성향은 조금씩 읽힌다.
예전에 나는 애플을 ‘셀프’, 곧 자기다운 이상을 강하게 추구하는 기업으로 해석했다. 익숙한 장치를 없애고 자기 기준을 제시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이것은 애플의 실제 동기를 확인한 결론이 아니라 당시 행동을 읽은 하나의 해석이다. 그 해석이 맞는지는 없앤 것을 대신할 경험을 실제로 제시했는지, 사용자가 그 변화를 받아들였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기업의 매력은 성격 유형표에서 자동으로 나오지 않는다. 무엇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하는지, 그 말을 제품과 조직의 선택에서 얼마나 일관되게 지키는지를 볼 때 드러난다.
사람의 매력이 이름표보다 함께 지낸 시간에서 보이듯, 기업의 매력도 반복된 행동에서 보인다. 가치 하나를 고르는 일은 시작일 뿐이다. 그 가치가 실제 약속으로 살아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 기업을 만들고 이해하는 더 중요한 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