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도록 무언가를 만들어왔다. 아직 형태가 없는 감각을 구조로 옮기고, 그 구조를 사람과 시장, 기계와 연결하는 일에 관심을 두었다. 컴퓨터과학과 마케팅, 비즈니스 모델을 공부하며 서로 다른 대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려 했고, 전문성 연구에서는 사람이 상황을 읽고 결정하는 흐름을 찾았다.
그래서 AI를 보면서도 작업 속도만 궁금한 것은 아니다. 기계가 우리가 무엇을 문제라고 보고, 어떤 가능성을 먼저 떠올리는지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더 관심이 간다.
실행을 돕는 것보다 앞에서 생기는 변화
코드를 작성하거나 문서를 정리하는 일은 눈에 보인다. 그보다 앞에는 무엇을 만들 것인지, 어떤 제약을 지킬 것인지, 무엇을 먼저 시험할 것인지 정하는 일이 있다. AI의 제안을 그 자리에 놓으면 결과물뿐 아니라 문제를 보는 순서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이 변화를 역할의 재배치로 읽는다. 단서를 정리하고 가능한 설명을 만들며 결과를 예상하는 일 중 어디를 기계가 돕고, 어디에서 사람이 확인하고 선택할지 다시 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모든 기계가 전문가와 같은 인지를 갖췄다는 주장은 아니다.
판단의 흐름을 밖으로 꺼내기
전문가의 판단을 연구하는 RPD는 경험을 바탕으로 상황을 알아보고 행동을 검토하는 과정을 생각하게 한다. 나는 여기서 단서, 기대, 가능한 행동, 결과 확인이라는 질문을 가져온다. 이것을 인간 사고의 불변 법칙이나 모든 소프트웨어의 원형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으려 한다.
프로그래밍에서도 의도를 명확히 쓰고 제약을 표현하며 결과를 시험하는 일을 한다. 그래서 나는 프로그래밍을 사고를 밖에 놓고 다룰 수 있게 하는 활동으로 경험해 왔다. 코드와 테스트가 인간의 사고 전체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을 의도했고 무엇이 어긋났는지 함께 볼 수 있게 한다.
AI가 여기에 참여하면 제안이 빨라진다. 그만큼 제안의 전제와 실제 상태를 구분하는 일도 필요해진다. 말하지 않은 의도를 읽어낸 것처럼 보이는 답이 사실은 다른 가정을 채운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기대하는 사고의 작업 환경
나는 필요한 자료와 제약, 이전 결정의 이유를 다시 찾아볼 수 있는 환경을 기대한다. AI가 대안을 제시하면 그 대안이 어떤 조건에서 나왔는지 보고, 실행 결과가 돌아오면 처음의 기대와 대조할 수 있는 곳이다.
이것은 이미 완성된 기술에 대한 설명보다 만들고 싶은 환경의 조건에 가깝다. 맥락을 항상 정확히 유지한다거나 여러 에이전트가 스스로 안전하게 조율된다고 가정할 수는 없다. 상태가 끊겼을 때 알아차리고 복구할 방법도 필요하다.
코드가 덜 눈에 띄게 된다고 구현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결과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잘못됐을 때 되돌릴 수 있는지, 누가 유지할지를 확인해야 한다. 판단과 구현은 여전히 서로 영향을 준다.
Machine in the Loop를 시작하는 작은 방법
작업 하나를 골라 무엇을 만들지 사람이 적어보자. 이어 기계에 맡길 제안과 정리, 사람이 확인할 실제 조건, 실행을 결정할 기준을 나눈다. 결과가 돌아오면 예상과 다른 점을 기록하고 역할 배치를 고친다.
여기서 사람의 역할을 무조건 더 높은 층이라고 부를 필요는 없다. 구체적인 현장 확인이나 작은 오류 수정도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인간과 기계의 서열보다 과업의 목적과 책임이 이어지는가다.
내가 Machine in the Loop라는 표현에 담고 싶은 것은 인간의 작업 안에 기계를 배치하자는 방향이다. 기계가 만든 흐름을 사람이 따라가기만 하는 대신, 무엇을 위해 어디에 참여시킬지 결정하는 것이다.
평생 만들어온 사람으로서 이 가능성은 여전히 기대된다. 그 기대를 미래에 대한 단정으로 끝내고 싶지는 않다. 우리가 어떤 결정을 더 잘하게 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작업을 하나씩 만드는 일로 이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