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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재료로 AI와 생각하기

저자: 고경만 (해경, haegyung) · 출처: haegyung.com · 최초 발행: 2025-01-22 · 개선 정본 판본

말이 되지 않는 메모에도 버리기 아까운 감각이 남아 있을 때가 있다. 실패한 시도에서 다음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쓸모없어 보이던 경험이 다른 문제를 만났을 때 연결되기도 한다. 나는 이런 순간을 떠올리며 ‘Garbage in, But Gold out’이라는 말을 꺼냈다.

이 표현은 틀린 정보를 넣어도 올바른 사실이 나온다는 뜻이 아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재료에서 의미를 만들어 볼 수 있다는 제안이다. 이 둘을 구분하지 않으면 창의성을 말하다가 오류를 정당화하게 된다.

탐색할 때와 채택할 때의 기준

아이디어를 탐색할 때는 모호한 말이나 주관적인 느낌도 재료가 된다. 왜 불편했는지 설명하지 못한 경험, 서로 잘 맞지 않는 비유, 완성되지 않은 질문을 펼쳐볼 수 있다. 처음부터 완벽한 문장으로 정리해야 한다면 그런 재료가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설명을 사실로 채택하거나 중요한 행동을 결정할 때는 기준이 달라진다. 관찰과 해석을 구분하고, 주장을 지지하는 근거와 적용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탐색 단계의 자유가 채택 단계의 검증을 대신할 수는 없다.

AI와 협력할 때도 이 두 자리를 나누고 싶다. AI가 여러 연결을 제안하도록 하되, 그 연결을 어떤 목적으로 쓰고 무엇을 확인할지는 사람이 정한다.

주관적 경험을 입력한다는 것

고객의 말과 나의 인상, 그 인상이 생긴 상황을 함께 적어볼 수 있다. ‘불친절했다’고만 쓰기보다 어떤 말과 행동을 보고 그렇게 느꼈는지 나누는 것이다. AI에는 가능한 다른 해석이나 더 물어볼 질문을 요청한다.

여기서 AI가 사람의 마음을 알아냈다고 볼 수는 없다. 주어진 표현으로 설명 후보를 만든 것이다. 상대가 실제로 무엇을 느꼈는지는 당사자의 말과 행동을 더 확인해야 한다. 주관적인 재료를 다룬다는 것과 주관적 경험을 정확히 안다는 것은 다르다.

같은 이유로 데이터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새로운 통찰을 보장할 수도 없다. 중요한 맥락이 빠졌거나 잘못된 연결을 만들면 그럴듯한 설명이 오히려 판단을 좁힐 수 있다.

함께 생각하는 작업을 구성하기

첫째, 재료를 구분한다. 직접 관찰한 것, 느낀 것, 아직 추정하는 것을 따로 적는다. 공개하면 안 되는 개인 정보나 타인의 비공개 자료를 불필요하게 넣지 않는다.

둘째, 원하는 탐색을 정한다. 새로운 관점이 필요한지, 설명이 빠진 곳을 찾고 싶은지, 적용할 사례가 필요한지 말한다. 모든 답을 한꺼번에 요구하기보다 지금 막힌 지점에 맞춰 질문한다.

셋째, 제안 중 무엇을 남길지 판단한다. 흥미롭다는 이유와 실제로 쓸 수 있다는 이유를 구분한다. 쓸 후보에는 근거, 제약, 확인할 방법을 붙인다. 필요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으면 가설로 남긴다.

마지막으로 결과를 보고 질문을 바꾼다. 대화 중 맥락을 보완하는 일과 모델 자체가 지속적으로 학습했다는 주장은 구분해야 한다. 이번 대화에서 도움이 된 방식이 다음 상황에서도 통할지는 다시 확인한다.

공진화라는 말에 담고 싶은 방향

내가 제안하는 공진화 관점은 인간과 AI가 자동으로 함께 성장한다는 기술적 보증이 아니다. 사람이 어떤 판단을 하고, AI를 어떻게 배치하며, 결과를 보고 협력 방식을 어떻게 고칠지를 묻는 방향이다. 인지 연구와 디자인, 현장의 경험은 그 질문을 구체화하는 재료가 될 수 있다.

불완전한 재료를 모두 버릴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나온 답을 모두 금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낯선 연결을 열어 두는 시간과 실제로 쓸 근거를 확인하는 시간을 함께 마련하는 것. 내가 이 표현으로 제안하고 싶은 협력은 그 사이에 있다.

독자의 맥락과 여백

이 글을 읽으며 떠오른 당신의 장면은 무엇인가요? 질문과 선택의 맥락을 자기 노트에 기록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