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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하지 않는 북클럽: 함께 읽으며 자기 질문을 만드는 방식

저자: 고경만 (해경, haegyung) · 출처: haegyung.com · 최초 발행: 2024-08-26 · 개선 정본 판본

이 글은 2024년에 소개한 ‘그냥않 AI 비즈니스 북클럽’의 설계 취지를 정리한 기록이다. 당시 일정이나 가격을 현재 모집 조건으로 안내하는 글은 아니다.

북클럽에 가기 전 책을 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커진다. 읽지 못한 채 참석하면 대화에 끼어들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준비를 못한 사람에게 더 노력하라고 말하는 대신, 함께 있는 시간에 읽도록 모임을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

이 모임은 그 질문에서 출발했다. 책을 같은 순서로 끝까지 읽어오는 방식 대신, 현장에서 각자 필요한 부분을 읽고 서로 다른 질문을 나눈다. AI는 그 읽기와 대화에 참여시키는 도구로 둔다.

도구를 익히는 시간과 사업을 생각하는 시간

당시 프로그램은 두 부분으로 구성했다. 먼저 AI를 활용해 자료와 책을 읽고 질문을 만들어보는 세미나를 두었다. 이어 사업과 고객을 이해하는 책을 함께 읽으며 자기 일에 연결하는 북클럽을 설계했다.

기획자나 사업 담당자에게 AI 사용법만 익히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도구가 어떤 답을 만들었는지뿐 아니라 그 답이 자기 문제에 필요한지 살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사업을 공부하는 과정에서도 개념을 외우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지금 하는 일에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

북클럽에서는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원론을 큰 흐름으로 삼되, 관련 내용을 탐색하고 각자의 관점을 만드는 데 무게를 두었다. 같은 책을 읽더라도 제품 기획자는 제품을, 경영자는 사업의 유지 조건을, 마케팅 담당자는 고객을 다르게 볼 수 있다. 그 차이를 대화의 재료로 삼는 방식이다.

미리 읽기, 순서대로 읽기, 같은 부분 읽기를 내려놓기

미리 읽어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읽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모인 자리에서 실제로 읽고, 이해한 내용과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말한다.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된다는 말 역시 앞뒤 맥락을 생략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필요한 부분에서 시작하되, 뜻을 파악하는 데 부족한 맥락은 다시 찾아 읽는다.

서로 다른 부분을 읽으면 대화가 산만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각자가 무엇을 물으며 읽는지가 중요하다. 읽은 내용을 길게 소개하기보다 ‘이 질문 때문에 이 대목을 읽었고,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하면 다른 사람도 대화에 들어올 자리를 찾을 수 있다.

이 방식이 모든 독서 목적에 맞지는 않는다. 논증의 순서를 따라가야 하는 책이나 정확한 정의를 익혀야 하는 부분에서는 앞뒤를 함께 읽어야 한다. 자유롭게 읽는 방식과 필요한 맥락을 확인하는 책임은 함께 간다.

AI의 답을 책과 내 일 사이에 놓기

AI에게 책을 대신 이해해 달라고 맡기기보다, 읽은 대목에 관한 질문을 해볼 수 있다. 답에서 원문과 다른 부분을 찾거나, 내 상황에 적용할 때 어떤 조건이 빠졌는지 살펴보는 식이다. AI의 해석과 책의 주장이 같은지 확인하는 일도 읽기의 일부가 된다.

예를 들어 고객을 설명하는 대목을 읽었다면, 자기 제품의 고객을 먼저 적고 그 설명이 맞는지 대조한다. AI가 제시한 고객상이 실제 고객의 말과 같은지는 별도의 확인이 필요하다. 그럴듯한 정리가 곧 현장의 사실은 아니다.

당시 북클럽은 이런 대화를 여러 차례 이어갈 수 있도록 세미나와 장기간의 모임을 함께 구성했다. 그 구성이 실제로 누구에게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는 참여자의 기록과 피드백으로 확인할 문제다. 설계 의도와 달성한 성과를 같게 말할 수는 없다.

내가 이 모임에 남기고 싶은 질문은 단순하다. 책을 얼마나 읽었는가에 더해, 읽고 난 뒤 자기 일에 어떤 질문을 하게 되었는가. 책과 AI, 다른 사람의 관점을 함께 놓는 이유도 그 질문을 더 잘 만들기 위해서다.

독자의 맥락과 여백

이 글을 읽으며 떠오른 당신의 장면은 무엇인가요? 질문과 선택의 맥락을 자기 노트에 기록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