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구독 모델입니다’라고 답할 때가 있다. 돈을 받는 방식은 알게 됐지만, 아직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는 모른다. 무엇을 제공하고, 어떻게 전달하고, 어떤 비용으로 유지하는지도 남아 있다.
수익 모델과 비즈니스 모델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익 모델은 매출을 만드는 방식이고, 비즈니스 모델은 그 매출이 발생하고 사업이 유지되는 관계를 더 넓게 설명한다. [Strategyzer의 설명](https://www.strategyzer.com/library/what-is-a-business-model)에서도 매출원은 사업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다.
이 구분은 용어를 정확히 외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지금 바꿔야 할 것이 가격인지, 고객인지, 제공 방식인지 구별하기 위한 것이다.
고객을 묻기 전에 가격부터 정하고 있지 않은가
누가 어떤 문제 때문에 제품을 사용하는지 모르면 과금 방식을 정하기도 어렵다. 사용자가 얻는 가치와 지불자가 얻는 가치가 다른 사업도 있다. 먼저 고객과 지불자를 적고, 각자가 무엇을 얻는지 따로 설명해 보자. 둘을 같다고 가정했다면 실제로 같은 사람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가격을 내리면 판매량이 늘 것이라는 기대도 같은 순서로 살펴야 한다. 가격이 부담인지, 제품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애초에 필요가 없는 것인지에 따라 다음 행동이 달라진다.
더 많이 팔기 위해 자원을 쓰는가, 필요한 관계를 만드는가
마케팅 비용이 크다는 사실만으로 낭비라고 말할 수는 없다. 어떤 고객에게 도달하려고 썼고, 그 고객이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개발도 마찬가지다. 기능을 많이 만들었다는 것과 고객이 필요한 일을 더 잘하게 됐다는 것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지출 항목 옆에 그 지출로 바꾸려는 고객 행동을 적어 보면 좋겠다. 연결이 설명되지 않는 항목은 금액을 줄이기 전에 목적부터 다시 묻는다.
지금의 매출이 다음 관계도 지탱하는가
할인이나 판촉은 상황에 따라 도움이 된다. 다만 판촉 중의 구매를 평상시의 수요와 같게 읽으면 판단이 어긋날 수 있다. 고객이 어떤 조건에서 선택했고 그 조건이 사라진 뒤에도 사용할 이유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
매출이 늘어도 제공 비용이나 고객 대응 부담이 더 빨리 커질 수 있다. ‘돈이 들어왔다’는 기록과 ‘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을 분리하면 이런 문제를 발견하기 쉽다.
시장이 바뀌었을 때 무엇을 고칠 것인가
새 경쟁자가 나타나거나 고객의 일이 달라지면 가격만 바꿔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전달 경로, 제품의 역할, 협력 관계를 다시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모든 변화에 사업 전체를 바꾸는 것도 답은 아니다. 지금 흔들리는 연결이 어디인지 먼저 찾아야 한다.
팀은 같은 사업을 설명하고 있는가
마케팅은 판매량을, 개발은 기능을, 운영은 비용을 보고 있을 수 있다. 각각 필요한 일이지만 왜 함께 하는지 설명되지 않으면 서로 다른 목표를 좇게 된다.
다음 회의에서는 고객, 제공 가치, 전달 방법, 필요한 비용, 돈을 받는 방식을 한 장에 적어보자. 이어 이번 결정이 그중 어느 관계를 바꾸는지 말한다. 관측한 사실과 아직 확인하지 못한 가정도 나눈다.
수익 모델을 구분한다고 사업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다만 가격표로 대신 설명하던 부분을 다시 물을 수 있다. ‘어떻게 돈을 벌까’라는 질문을 ‘그 돈을 받을 만큼의 가치를 어떻게 계속 제공할까’와 함께 놓는 것, 내가 이 구분을 강조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