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LLM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에 따라 사람마다 업무 방식의 차이가 커질 수 있습니다. 저도 거의 모든 업무를 LLM과 함께하려고 했습니다. 문제는 사용량이 아니라 방향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반복 업무를 맡겼습니다. 다음에는 정리와 초안을 맡겼고, 어느 순간에는 생각과 판단까지 넘겼습니다. AI가 내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 두려웠지만, 돌아보니 AI에게 나를 맡긴 사람은 다름 아닌 나였습니다. 답이 빠르게 나오자 나는 덜 고민했고, 덜 질문했습니다. 효율은 높아진 것처럼 보였지만 내 사고가 실제로 깊어졌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바꾸었습니다.
AI가 나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세 가지 관점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AI는 사고를 넓히는 초안이어야 한다
AI는 많은 정보를 정리하고 패턴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보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볼지, 어떤 의미를 붙일지는 내 몫입니다. 답변을 받자마자 옮겨 적는 대신 다음 네 단계를 짧게 기록해 봅니다.
1. AI에게 받은 답은 무엇인가?
2. 그 답에서 빠진 조건이나 반대 사례는 무엇인가?
3. 원문·자료·현장 기록으로 확인할 부분은 무엇인가?
4. 확인한 뒤 내가 내리는 결정은 무엇인가?
예를 들어 AI가 “이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하면, “어떤 조건에서 가장 효율적인가?”, “누구에게는 작동하지 않는가?”를 다시 묻습니다. 효율이라는 말이 근거 없이 커지지 않도록 원자료를 확인하고, 최종 문장에는 내가 확인한 범위만 남깁니다.
AI는 결정을 대신하지 않고 보완해야 한다
AI의 답변은 판단을 돕는 재료입니다. 최종 결정은 답변의 출처와 한계, 내 상황의 위험을 함께 본 뒤 사람이 내려야 합니다. 특히 돈, 건강, 법률, 다른 사람의 권리가 걸린 결정이라면 AI의 문장만으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답을 읽을 때는 틀린 부분만 찾는 것도 부족합니다. 무엇을 전제로 했는지, 내가 제공하지 않은 정보를 AI가 채워 넣지는 않았는지 살펴봅니다. 내 결정과 결과를 기록해 두면 다음에 같은 질문을 할 때 무엇이 바뀌었는지도 볼 수 있습니다. AI의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내 판단의 근거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AI와 협력하려면 질문을 남겨야 한다
AI가 준 정보 앞에서 멈추지 않고 후속 질문을 만듭니다. “이 설명에서 가장 약한 부분은 무엇인가?”, “다른 관점에서 반박하면 어떻게 되는가?”, “내가 확인하지 않은 사실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입니다. 질문이 깊어질수록 AI가 반드시 더 좋은 답을 준다고 약속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드러나고, 확인할 자료와 다음 행동이 분명해집니다.
한 번의 작업이 끝나면 세 줄만 남겨도 좋습니다. AI가 도운 부분, 내가 직접 확인한 부분, 다음에 바꿀 질문입니다. 이 기록이 쌓이면 AI 사용은 자동화의 양이 아니라 학습의 흔적으로 남습니다.
AI는 계속 발전할 것입니다. 그보다 먼저 확인할 것은 내가 AI를 통해 어떤 사람이 되고 있는가입니다. 더 빨리 끝냈지만 질문이 줄었다면 사용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답을 받았지만 근거를 확인했고, 내 판단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면 협업의 방향이 달라진 것입니다.
2025년 당시 이 생각을 바탕으로 에글클(AI Growth Club)을 열며 실천을 제안했습니다. 현재 프로그램의 운영 여부나 조건은 확인이 필요합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든 혼자 시험하든, 다음 작업에서 AI 답 하나에 반대 질문 하나를 붙여 보세요. 원문을 확인하고 내 결정을 적으세요. AI를 성장의 파트너로 만든다는 말은 결국, 내 질문과 판단을 다시 작업의 중심에 놓는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