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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과 아이폰, 애플 제품을 구독할 날을 기다린다.

저자: 고경만 (해경, haegyung) · 출처: 브런치 채널 · 최초 발행: 2019-06-08 · 개선 정본 판본

수익 모델의 뉴노멀?

내 맥과 아이폰을 구독할 날을 기다린다.

디지털 제품은 한 번 팔고 끝나지 않는다. 버그를 고치고, 소프트웨어 품질을 유지하고, 보안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 코딩을 조금이라도 해봤다면 제품이 계속 손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안다.

이제 디지털 제품은 냉장고나 세탁기처럼 크고 무거운 물건에도 들어간다. 구매 비용은 크고 교체 주기는 길다. 그래서 오래 쓰는 하드웨어일수록 그 안의 소프트웨어를 계속 돌보는 일이 중요해진다.

아이폰만 떼어 생각하기도 어렵다. 아이튠즈 뮤직과 앱스토어처럼 제품과 잘 맞는 서비스가 붙고, 서로 다른 제품과 서비스가 하나의 제품군을 이룬다. 나는 이런 묶음을 디지털 제품군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래서 디지털 제품은 판매보다 구독형 수익 모델을 향해 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기다리는 쪽이다. 내 맥과 아이폰을 구독할 날이 정말 올까?

구독은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구독을 넷플릭스 같은 정기 결제만으로 좁히지 않는다면, 그 뿌리는 인스톨 베이스 모델에서도 찾을 수 있다. 면도기를 먼저 공급하고 면도날을 계속 판매하는 방식, 프린터와 잉크의 관계가 그렇다.

한 번의 판매로 수익을 끝내지 않고, 계속 가치를 제공하면서 계속 수익을 얻는다. 이 글에서는 이런 모델도 넓은 의미의 구독으로 보려 한다. 앱스토어와 아이폰을 하나의 경험으로 묶는 일도 비슷하다.

그렇다면 구독 모델은 무엇을 브랜딩해야 할까. 제품일까, 회사일까.

제품보다 회사를 기억하게 하기

브랜딩은 사용자의 마음에 무엇인가를 긴밀하게 연결하는 일이다. 콜라 하면 코카콜라, 포털 하면 네이버가 떠오르는 식이다. 구매라는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지려면 경쟁자보다 더 단단히 연결되어야 한다.

내 답은 회사 또는 브랜드를 브랜딩하는 쪽이다. 단, 그 회사가 여러 제품을 갖고 있거나 그렇게 될 계획이 있을 때다.

가전제품을 산다고 해보자.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을 따로 기억하기보다 “모터 하면 LG”라고 떠올릴 수 있다. 제품 교체 주기가 길다면 10년 뒤 냉장고의 광고를 다시 기억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회사에 대한 한 문장은 다른 제품을 살 때 다시 작동할 수 있다.

이것은 제품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오래 쓰는 제품 하나의 이름보다, 그 제품을 계속 만들어낼 회사와 제품군의 관계가 더 오래 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서비스와 스타트업은?

“그럼 서비스는요? 스타트업에는 알맞지 않은 것 아닌가요?”

그 질문은 맞다. 물리적 제품과 서비스의 교체 주기는 같지 않다. 그래도 넷플릭스를 생각해볼 수 있다. 넷플릭스에는 여러 콘텐츠가 있고, 그 콘텐츠들이 넷플릭스라는 이름 아래 묶인다. 콘텐츠가 여러 제품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구독형 서비스는 결제를 자동화해 계속 사용하는 경험을 만들고, 콘텐츠를 통해 떠날 때의 손실도 느끼게 한다고 원문은 보았다. 이 효과가 모든 서비스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뜻은 아니다. 서비스는 제품 교체 주기 대신 이용 관계가 얼마나 이어지는지를 따로 봐야 한다.

그래서 디즈니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잘” 실행했을 경우의 이야기다.

구독을 설계할 때 먼저 세 가지를 나눠 보면 좋겠다.

  • 정기 결제인가, 소모품의 반복 구매인가, 제품과 서비스가 묶인 생태계인가.
  • 고객이 계속 받는 가치는 무엇인가.
  • 제품 하나가 아니라 회사와 제품군을 함께 기억할 이유가 있는가.
  •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제품을 브랜딩할지 회사를 브랜딩할지 판단할 수 있다. 나는 특히 오래 쓰는 물리적 제품군에서는 회사 브랜드가 더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카테고리도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아직은, 내 맥과 아이폰을 구독할 날을 기다린다.

    독자의 맥락과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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