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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즈펍 2018년 3월, 가치 혁신의 커먼즈와 블록체인

저자: 고경만 (해경, haegyung) · 출처: 브런치 채널 · 최초 발행: 2018-09-25 · 개선 정본 판본

사단법인 CODE가 2018년 3월 마련한 커먼즈펍의 주제는 ‘블록체인과 커먼즈 생태계’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자리를 채웠고, 발표는 블록체인의 기술만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날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자리가 결국 ‘가치를 누가 만들고, 누가 접근하며, 어떤 규칙으로 함께 관리할 것인가’에 관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글은 발표를 그대로 옮긴 기록이 아니라, 발표 뒤에 더 읽어볼 만한 자료를 다시 묶어보는 기록입니다. 그래서 아래의 설명에는 발표 내용, 연결해서 읽은 자료, 그리고 제가 그 사이에서 발견한 접점이 함께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먼 출발점

정지훈 교수님의 발표는 Timothy C. May의 1992년 글 「The Crypto Anarchist Manifesto」에서 시작했습니다. 그 글이 그리는 세계에는 암호화된 통신과 익명성을 가진 온라인 네트워크가 등장합니다. 국가의 통제에서 벗어난 네트워크가 경제 활동과 정보의 보존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상상입니다. 원문 링크는 [The Crypto Anarchist Manifesto](http://kk.org/mt-files/outofcontrol/ch12-a.html)입니다.

이 상상은 블록체인의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신뢰와 통제를 한 기관에만 맡기지 않고, 개인과 네트워크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발표에서는 클리퍼 칩 논쟁과 사이버펑크 운동도 이 질문의 역사적 배경으로 이어졌습니다. 암호화 기술을 공공부문에 강제하고 백도어를 둘 수 있다는 구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이 부분은 당시 발표를 들으며 남긴 해석으로 남겨두려 합니다. 오늘의 정책을 단정하기보다, 중앙집중적 통제와 개인의 보호가 오래 충돌해왔다는 맥락으로 읽는 편이 안전합니다.

과학 지식도 닫혀 있었다

두 번째로 이어진 주제는 과학 출판이었습니다. 당시 발표에서는 SCI 논문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구조가 관심이 높은 분야에 연구를 몰리게 할 수 있고, 동료평가에도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문제에 대응하는 읽을거리로 arXiv와 PLOS, 오픈액세스 관련 글이 소개되었습니다. 공공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지식이라면 더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나는 Creative Commons Korea의 오픈액세스 활동과 서정욱 교수의 자료도 함께 연결합니다.

여기서 블록체인과 커먼즈의 접점이 조금 선명해집니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공짜로 가진다’는 단순한 뜻이 아닙니다. 지식이 어디에 잠겨 있는지, 접근 조건은 누가 정하는지, 만든 사람의 권리와 읽는 사람의 권리가 어떻게 함께 보호되는지를 묻는 일입니다.

아론 슈와츠와 접근의 문제

발표에서 아론 슈와츠의 이름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당시 기록은 그가 정보 접근과 시민 참여에 관심을 두었다는 자료와, 그를 기리는 Creative Commons Korea의 글을 소개합니다. 다큐멘터리 「The Internet’s Own Boy」도 함께 언급됩니다.

그의 삶을 하나의 영웅 서사로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가 누구에게 열려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남습니다. 논문과 데이터가 생산되는 데 공공 자원이 들어갔다면, 그것을 읽고 다시 활용할 수 있는 길도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은 실험실 밖으로도 나옵니다. Seattle HiveBio Community Lab, 국내의 모두의연구소, 메이커 운동과 DIY 문화가 소개된 이유입니다. “과학기술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재능있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당시 기록에 남은 이 문장은 발표의 결론처럼 읽혔습니다.

커먼즈는 공유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양석원님의 발표는 블록체인 경제와 커먼즈를 연결했습니다. 커먼즈를 생각할 때는 ‘공유지의 비극’과 엘리너 오스트롬의 공유재 관리 논의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는 안내가 나왔습니다. 공유되는 자원이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좋은 생태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커먼즈 생태계가 작동하려면 운영 규칙이 필요하다는 문제까지는 당시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다만 발표자료의 그림이 빠져 있어 그 규칙의 구체적인 항목은 여기서 되살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날의 자료를 다음처럼 묶어 기억하고 싶습니다.

  • 암호화와 블록체인: 통제와 자율의 관계를 묻는다.
  • 오픈액세스와 Creative Commons: 지식의 접근 조건을 다시 묻는다.
  • 해커스페이스와 메이커: 과학기술의 참여자를 넓힌다.
  • 커먼즈 운영: 함께 쓰는 자원을 지킬 규칙을 만든다.
  • 이 목록은 블록체인이 위 문제를 모두 해결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블록체인을 만났을 때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을 정리한 것입니다. 이 기술은 누구의 접근을 넓히는가. 기록은 누구에게 열려 있는가. 공동 자원을 관리하는 규칙은 공개되어 있는가.

    나는 그날의 두 발표를 다음 질문으로 이어 읽었습니다. 블록체인을 이해하는 일은 새로운 장부의 구조를 외우는 일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가치라고 부르는 것을 누가 만들고, 그것을 어떻게 공유하며, 그 공유가 계속되도록 어떤 책임을 나눌지 생각하는 일입니다. 커먼즈는 기술의 바깥에 있는 장식이 아니라, 기술이 향해야 할 사회적 질문일 수 있습니다.

    독자의 맥락과 여백

    이 글을 읽으며 떠오른 당신의 장면은 무엇인가요? 질문과 선택의 맥락을 자기 노트에 기록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