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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스토밍, 다섯 부족의 연합회의

저자: 고경만 (해경, haegyung) · 출처: 브런치 채널 · 최초 발행: 2017-10-18 · 개선 정본 판본

브레인스토밍에도 비판이 필요하다는 글을 읽고 이런 질문이 생겼습니다. 구성원이 말하고 결정하는 방식의 차이를 알면 회의가 달라질 수 있을까?

당시 저는 WPI에서 말하는 다섯 부족을 빌려 생각했습니다. 리얼리스트, 로맨티스트, 휴머니스트, 아이디얼리스트, 에이전트입니다. 다만 이 이름은 사람을 고정하는 딱지가 아닙니다. 검사 기준과 효과를 이 글에서 검증하지도 않았습니다. 회의에서 놓치기 쉬운 행동을 살펴보는 임시 가설로만 써보려 합니다.

  • 현상을 지키려는 말이 들리면 무엇을 보호하려는지 묻습니다. 합의를 기다리는지, 위험을 먼저 보는지도 확인합니다.
  • 말수가 적은 사람에게는 공개 발언만 강요하지 않습니다. 먼저 생각할 시간이나 글로 답할 통로가 필요한지 묻습니다.
  •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빠르게 주목받으면 세부 조건과 근거를 함께 묻습니다. 화자의 매력과 제안의 타당성을 분리합니다.
  • 틀을 깨는 제안이 나오면 쓸모없다고 바로 버리지 않되, 어떤 문제를 풀려는지와 현실 제약을 확인합니다.
  • 사실과 완성도를 중시하는 사람에게는 충분한 정보와 자율성이 필요한지 묻습니다. 계획 변경의 이유도 공유합니다.
  • 어느 한 사람에게 한 항목을 붙이고 끝내면 이 틀은 회의를 더 좁게 만듭니다. 같은 사람도 주제와 관계, 시간 압박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원문에서도 우리 모두의 마음에 다섯 성향이 조금씩 들어 있다고 적었습니다.

    진행자가 볼 것은 유형명이 아니라 참여 조건입니다. 누가 말을 독점하는가. 누가 생각할 시간을 얻지 못하는가. 어떤 주장은 근거 없이 설득력만 앞서는가. 어느 제안이 추상적이라서 번역이 필요한가.

    다섯 부족의 연합회의는 다섯 종류의 사람을 모으는 일이 아닙니다. 한 회의 안에 필요한 다섯 시선을 놓치지 않고, 당사자의 말로 가설을 계속 고치는 일에 가깝습니다.

    다섯 성향을 회의에서 읽는 법

    원문은 WPI의 리얼리스트, 로맨티스트, 휴머니스트, 아이디얼리스트, 에이전트를 ‘다섯 부족’이라고 불렀다. 이 이름을 사람에게 고정해 붙이기보다 회의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경향을 점검하는 가설로 쓴다. 우리 안에는 여러 성향이 섞여 있고 상황에 따라 다르게 드러날 수 있다.

    **리얼리스트 경향**은 안정과 협의를 중시한다. 경청하고 공감하지만 반대 의견을 직접 말하지 않거나 결정을 서두르지 않을 수 있다. 진행자는 침묵을 동의로 해석하지 말고, 현재 방식을 유지했을 때와 바꿨을 때 각각 걱정되는 점을 묻는다.

    **로맨티스트 경향**은 사적인 영역과 안전한 분위기를 중시한다. 공개 발언이나 적대적인 분위기에서 생각을 내기 어려울 수 있다. 회의 전에 혼자 적을 시간을 주고, 이름을 불러 의견을 청하되 답하지 않을 선택도 남긴다.

    **휴머니스트 경향**은 관심과 사회적 반응에 민감하고 설득력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재미있는 제안이 세부 조건보다 먼저 사람을 끌 수 있으므로, 책임을 추궁하듯 묻기보다 제안을 자라게 할 구체적인 장면과 조건을 묻는다. 말의 인기도와 실행 근거를 나눈다.

    **아이디얼리스트 경향**은 기존 관성을 깨고 넓은 가능성을 펼친다. 표현이 추상적이거나 직설적으로 들리고 결론을 빨리 내고 싶어 할 수 있다. 쓸모없어 보이는 말에서도 어떤 틀을 벗어나려는지 묻되, 맥락과 의도, 다른 사람에게 미칠 영향을 함께 확인한다. 새로움 자체가 답이 되지 않게 한다.

    **에이전트 경향**은 충분한 정보와 높은 완성도, 업무 자율성을 중시한다. 계획이 자주 바뀌거나 정보 없이 결정을 재촉받는 일을 불편해할 수 있다. 필요한 사실과 변경 이유를 제공하고, 맡긴 일의 방법까지 지나치게 통제하지 않는다. 세부를 더 모으는 일이 결정을 끝없이 미루게 하지는 않는지도 함께 본다.

    연합회의를 여는 순서

    아이디어를 펼치는 시간과 비판하는 시간을 완전히 섞지 않되, 비판을 없애지도 않는다. 먼저 각자가 혼자 아이디어를 적고, 돌아가며 맥락을 설명한다. 다음에는 유지해야 할 것, 새로 바꿀 것, 빠진 정보, 실행 위험을 각각 묻는다. 마지막에 제안자와 반대자가 아니라 확인할 가설과 담당 행동을 남긴다.

    이렇게 하면 안정, 사적 숙고, 설득, 탈관성, 완성도라는 서로 다른 관심이 경쟁만 하지 않고 같은 안건을 여러 각도에서 비춘다. 성격 이름으로 `당신은 원래 이렇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늘 회의에서 어떤 조건이 발언을 돕거나 막았는지 당사자에게 확인한다.

    브레인스토밍에 비판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했지만, 핵심은 비판의 유무만이 아니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말할 수 있었고, 설득력이 근거를 가리지 않았는지, 조용한 반대와 엉뚱한 제안이 사라지지 않았는지를 보는 일이다.

    독자의 맥락과 여백

    이 글을 읽으며 떠오른 당신의 장면은 무엇인가요? 질문과 선택의 맥락을 자기 노트에 기록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