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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모델을 주어·동사·목적어로 바라보다

저자: 고경만 (해경, haegyung) · 출처: 브런치 채널 · 최초 발행: 2017-08-11 · 개선 정본 판본

사업을 한 문장으로 적으면 복잡한 말 사이에 숨은 빈칸이 드러납니다.

`우리는 누구에게 무엇을 제공하고, 무엇과 교환하는가.`

문장의 주어는 나, 사업자, 기업입니다. 목적어에는 제품이나 서비스, 그것을 쓰는 사용자, 비용을 지불하는 고객, 그리고 교환의 결과인 수입이 놓일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언제나 고객인 것은 아닙니다. 학생이 학원을 이용하고 부모가 비용을 내는 경우처럼 두 자리가 나뉘기도 합니다.

동사는 이들을 연결합니다. 만들다, 전달하다, 사용하다, 지불하다, 교환하다. 동사를 구체적으로 쓰면 “고객을 안다” 같은 말이 실제 행동으로 바뀝니다. 어디에서 만나고, 무엇을 건네며, 어떤 조건에서 돈이 오가는지를 물을 수 있습니다.

세 칸 사이에는 각각 다른 질문이 있습니다.

  • 주어에서 동사로: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 동사에서 목적어로: 제품을 어떻게 전달하고, 무엇과 교환하는가.
  • 목적어에서 주어로: 고객은 왜 이 제품과 우리를 선택하는가.
  • 예를 들어 `우리 팀은 식사를 준비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예약한 음식을 정해진 장소에서 건네고 비용을 받는다`라고 써볼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은 사업의 정답이 아닙니다. ‘식사를 준비하기 어려운 사람’이 실제 고객인지, 정해진 장소가 편리한지, 비용을 낼 이유가 있는지는 아직 가정입니다.

    저는 이 틀에서 주체와 환경, 행동의 방향을 살피는 일을 전략의 질문으로 보았습니다. 나·제품·고객·전달·교환의 구조를 함께 살피는 일을 비즈니스 모델의 질문으로 보았습니다. 이는 경영학의 유일한 정의가 아니라, 제가 사업을 이해하려고 만든 프레임입니다.

    마지막에는 문장 속 가정을 할 일로 바꿉니다. 누구에게 물을지, 어떤 전달 방식을 시험할지, 무엇을 보고 문장을 고칠지 적습니다. 주어·동사·목적어는 완성된 사업을 선언하는 문법이 아니라, 아직 확인하지 않은 칸을 찾는 문법입니다.

    목적어를 더 자세히 펼치기

    목적어에는 제품과 서비스, 사용자와 고객, 수입이 들어간다. 사용자와 고객은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학원을 실제로 이용하는 사람은 학생이지만 비용을 내는 사람은 부모일 수 있다. 누구의 문제를 풀고 누가 비용을 내는지 나누어야 가치와 수익의 관계가 보인다.

    비슷한 필요와 조건을 가진 고객을 묶으면 고객 그룹이 된다. 그 특징을 한 사람처럼 구체화한 것이 페르소나다. 여러 고객 그룹 가운데 실제로 상대하려는 범위가 타깃 시장이 된다. 이 글에서 시장 규모는 벌 수 있는 돈을 확정하는 숫자라기보다 수익 가능성의 경계를 생각하게 하는 질문이다.

    제품에도 정체성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어떤 속성을 높이고 낮출지 비교해 그린 전략 캔버스처럼 제품의 특성을 맵으로 만들 수 있다. 고객 페르소나가 누구를 이해하려는 그림이라면 제품 페르소나는 무엇을 제공하려는지 붙드는 그림이다. 두 그림이 맞물려야 고객이 왜 이 제품을 고를지 설명할 수 있다.

    동사와 환경

    동사에는 만들다, 운영하다, 전달하다, 제안하다, 교환하다가 들어간다. 제품을 고객에게 어떻게 알리고 경험하게 하며 전달할지, 어떤 단위와 방식으로 돈과 교환할지 적는다. `동사→목적어` 사이에 HOW가 있다는 뜻이다.

    사업의 문장은 빈 공간에서 쓰이지 않는다. 언제, 어디에서 하느냐가 같은 주어와 목적어의 관계를 바꾼다. 제도와 문화, 기술과 경쟁도 환경이다. 어디에서 할 것인가는 싸울 전장을 고르는 질문과 닮았고, 언제 할 것인가는 왜 지금 이 사업이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세 화살표와 계획

    주어와 동사, 목적어를 적은 뒤에는 세 관계를 왕복한다.

    1. `주어→동사`: 나는 왜 이 행동을 하며 어떤 방식으로 할 수 있는가.
    2. `동사→목적어`: 제품을 어떻게 전달하고 고객의 돈과 교환할 것인가.
    3. `목적어→주어`: 고객은 왜 다른 주체가 아니라 우리를 선택하는가.

    당시에는 전략을 주어와 동사의 관계, 비즈니스 모델을 주어·목적어와 HOW를 채우는 작업으로 설명했다. 경계가 고정된 정의라기보다 생각을 정리하는 구분이다. 전략은 어떤 규칙으로 판단하고 행동할지 정하고, 비즈니스 모델은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교환할지 연결한다. 둘을 실제 할 일로 바꾸면 계획이 된다.

    `계획=전략×비즈니스 모델`의 곱셈은 수학적 산식이 아니다. 한쪽이 비면 실행 계획도 약해진다는 비유다. 종이에 `우리는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어떻게 전달]하고 [어떤 방식으로 교환]한다`고 쓴 뒤 빈칸을 확인하면 된다.

    독자의 맥락과 여백

    이 글을 읽으며 떠오른 당신의 장면은 무엇인가요? 질문과 선택의 맥락을 자기 노트에 기록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