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아티클 목록으로 돌아가기

로지컬 씽킹은 주관을 지우는 일이 아니다

저자: 고경만 (해경, haegyung) · 출처: 브런치 채널 · 최초 발행: 2017-03-29 · 개선 정본 판본

사람은 같은 일을 보고도 다르게 말한다. 살아온 경험과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풍부한 관점을 만들지만 의견 충돌, 엇갈린 대화, 서로에 대한 오해도 만든다.

정보가 많고 빨리 결정해야 할 때는 문제가 더 커진다.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해석인지 구분하기 전에 결론부터 부딪히기 쉽다. 이때 로지컬 씽킹, 곧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논리가 주관성을 없애 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실을 골랐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보았는지에도 관점은 들어간다. 논리의 역할은 주관을 감추는 데 있지 않고, 내가 어떤 근거에서 어떤 결론으로 갔는지 다른 사람이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최근 갈등 하나를 세 줄로 나눠 볼 수 있다.

사실: 회의 시작 뒤 20분 동안 안건이 공유되지 않았다.

해석: 나는 준비가 부족했고 내 시간을 가볍게 여겼다고 느꼈다.

결론: 다음 회의부터 안건을 전날 공유하자.

첫 줄은 다른 사람이 확인할 수 있는가를 본다. 두 번째 줄은 사실처럼 말하지 않고 내 해석과 감정임을 밝힌다. 세 번째 줄은 앞의 사실과 해석에서 실제로 이어지는 제안인지 살핀다.

상대는 같은 사실을 보고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다. 긴급한 문제가 생겨 안건을 못 만들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 설명을 확인한 뒤에도 전날 공유가 필요한지, 공유가 어렵다면 어떤 대안을 둘지 다시 결정한다.

사실을 확인할 수 없거나 두 해석을 가를 자료가 없다면 결론을 잠시 보류할 수 있다. 논리적이라는 것은 무조건 빨리 결론 내리는 일이 아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표시하고, 다음에 확인할 것을 정하는 일도 포함한다.

로지컬 씽킹은 우리의 주관에 브레이크를 거는 도구라고 생각해 왔다. 지금은 브레이크와 함께 계기판에 더 가깝다고 본다. 멈추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디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 보이게 한다.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 논리는 그 차이를 없애지 않는다. 다만 차이 속에서도 사실과 해석과 결론을 함께 살피며 대화를 이어 갈 길을 만든다.

독자의 맥락과 여백

이 글을 읽으며 떠오른 당신의 장면은 무엇인가요? 질문과 선택의 맥락을 자기 노트에 기록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