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일 잘하는 사람의 특징’을 정리한 글을 읽었다. 러닝 커브가 가파른 사람, 예측 가능한 사람, 결과 지향적인 사람, 줏대가 있는 사람, 격려할 줄 아는 사람. 여기에 맷집과 솔직함이 더해져 일곱 가지가 되었다.
나도 이런 사람과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배웠던 WPI 성격 유형을 일곱 특성과 연결해 보았다. 학습이 빠르고 줏대가 있는 사람은 아이디얼리스트, 결과 지향적인 사람은 에이전트, 격려하는 사람은 휴머니스트라는 식이었다.
원문에서 세운 대응은 더 구체적이었다. 빠르게 배우는 힘·줏대·솔직함을 아이디얼리스트와, 예측 가능성을 로맨티스트·휴머니스트와, 결과 지향성을 에이전트와, 격려를 휴머니스트와 연결했다. 맷집은 특정 유형보다 경험과 성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보면서도 에이전트와 관계가 있을지 추측했다. 이 표는 당시 내가 유형을 이해하던 방식과 채용 글을 결합해 만든 것이었다.
지금 다시 보면 이 연결은 확인된 판정표가 아니라 내 가설이었다. 성격 유형만으로 학습 속도나 솔직함, 업무 성과를 알 수 없다. 심리검사를 채용의 지름길로 쓰면 실제 행동과 역할의 맥락을 놓치기 쉽다.
각 유형에 붙였던 설명도 같은 한계를 가진다. 아이디얼리스트에게 개방성과 자기주장을, 로맨티스트에게 세밀함과 믿음을, 휴머니스트에게 규범과 돌봄을, 에이전트에게 과업과 결과를 붙였다. 리얼리스트에게는 관계를 시작하는 힘과 활동성을 기대했다. 이런 언어는 팀에 없는 역할을 상상하게 했지만, 한 사람의 능력을 유형 이름으로 미리 결정하는 위험도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일곱 특징을 모두 한 사람에게 요구할 때 생긴다. 빠르게 배우면서 실수 없이 예측 가능하고, 결과를 밀어붙이면서 모두를 격려하고, 줏대가 있으면서 언제나 솔직하기를 바란다. 각 특성이 충돌하는 상황과 치러야 할 비용은 사라지고 ‘완벽한 사람’만 남는다.
질문을 개인에서 팀으로 옮기면 조금 달라진다.
우리 팀의 어떤 역할에 이 특성이 필요한가.
그 특성이 있다는 것을 어떤 실제 행동으로 확인할 것인가.
그 행동이 오히려 팀을 어렵게 한 반대 사례는 없는가.
예를 들어 결과 지향성은 마감과 우선순위를 지키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결과를 위해 동료의 위험 신호를 무시했다면 같은 특성이 팀을 해칠 수 있다. 솔직함도 문제를 일찍 드러내는 힘이 되지만, 상대를 공격하는 말과 같지는 않다.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기대하기보다 팀에 필요한 역할과 빈틈을 본다. 누군가는 낯선 사람과 관계를 시작하는 데 능하고, 누군가는 세부를 확인하며, 누군가는 새로운 방향을 상상하고, 누군가는 끝까지 결과를 챙길 수 있다. 이 차이가 자동으로 시너지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역할을 알고 의견 충돌을 다룰 방법이 있을 때 비로소 함께 작동할 가능성이 생긴다.
원문에서는 일곱 특성에 리얼리스트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 특성만으로 사람을 고르면 관계를 열고 외부와 연결하는 역할이 약해질 수 있다고 보았다. 지금은 유형의 부재로 조직 결손을 진단하기보다 실제 업무를 묻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고객과 관계를 시작할 사람은 있는가. 팀 안의 격려가 밖의 이해관계자와 연결되는가. 없다면 채용만이 아니라 역할 변경이나 협업으로 채울 수 있는가.
내가 만들고 싶은 조직을 예전에는 ‘개성의 용광로’라고 불렀다. 이제 그 말을 다양한 유형을 적당히 섞는다는 뜻으로 쓰고 싶지는 않다. 한 사람이 가진 특성을 미리 정한 칸에 넣지 않고, 잘할 수 있는 일과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찾는 조직에 더 가깝다.
조직원의 개성은 가능성이다. 그러나 가능성은 유형표만으로 자라지 않는다. 실제 역할을 맡아 보고, 행동을 관찰하고, 맞지 않으면 배치와 지원을 바꾸는 동안 자란다. 일 잘하는 사람의 목록은 완벽한 사람을 찾는 기준이 아니라, 우리 팀이 어떤 조건을 만들어야 하는지 묻는 출발점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