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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프로파일을 정답 대신 질문으로 읽기

저자: 고경만 (해경, haegyung) · 출처: 브런치 채널 · 최초 발행: 2016-06-20 · 개선 정본 판본

위즈덤센터에서 일하던 때 WPI라는 성격 프로파일을 배우고 익혔다. 그 뒤로 가끔 내 프로파일을 다시 해 보았다. 예전에 5월 26일과 6월 16일의 결과를 나란히 놓고 스스로 해석한 기록이 있다.

당시 결과에서 나는 ‘아이디얼리스트’라는 유형을 중심으로 나를 읽었다. 자기 스타일과 생각이 뚜렷하고, 추상적인 것에 관심이 많으며, 통제받는 것을 불편해한다는 설명이었다. 다른 한편에는 감수성과 관계 욕구를 가리키는 ‘로맨티스트’ 성향도 보인다고 해석했다. 셀프와 향유는 높고, 관계와 매뉴얼은 낮다는 수치도 눈에 들어왔다.

그때의 나는 이 결과를 꽤 단정적으로 썼다. 상상력과 직관이 뛰어나다거나, 타인의 감성을 잘 헤아리지 못한다거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다시 읽으면 검사 결과에서 실제 행동으로 건너가는 사이에 너무 많은 추정이 놓여 있다.

프로파일은 나를 확정하는 판결문이 아니다. 이 글에서도 WPI 자체의 타당성이나 유형별 효과를 검증하지 않는다. 내가 가진 것은 특정 시점의 검사 결과와 그 결과를 보며 떠올린 자기 해석이다. 그러니 문장은 ‘나는 이런 사람이다’보다 ‘이런 경향이 나타나는지 살펴볼 수 있다’에 가까워야 한다.

예를 들어 관계 수치가 낮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해서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고 결론낼 수는 없다. 생각을 나누고 싶지만 먼저 다가가는 방식이 서툰 것일 수도 있다. 매뉴얼 수치가 낮다는 설명도 모든 규칙을 싫어한다는 뜻으로 넓히기보다, 반복적인 통제를 받을 때 반감이 커지는지 관찰할 가설로 둘 수 있다.

나에게 남은 핵심 질문은 관계다. 나는 내 생각을 나누고 싶어 하면서도, 상대의 반응을 충분히 살피지 못한 채 말을 던질 때가 있는가. 새로운 환경에서는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가. 혼자 생각하고 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람에게 다가가는 일이 어려워지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더 많은 사람을 무작정 만날 필요는 없다. 일주일 동안 한 가지 장면만 볼 수 있다. 대화를 피한 순간, 내 생각을 강하게 밀어붙인 순간, 상대의 말이 궁금해 다시 물은 순간을 기록한다. 검사 해석과 맞는 장면뿐 아니라 맞지 않는 장면도 남긴다.

글쓰기는 내가 가진 생각을 밖으로 꺼내는 좋은 방법이었다. 그러나 글을 공유했다는 사실만으로 관계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상대가 어떻게 읽었는지 묻고, 예상과 다른 반응을 듣고, 내 해석을 고칠 때 관계는 조금 더 구체적이 된다.

프로파일이 내 마음을 대신 읽어 주지는 않는다. 다만 미처 묻지 않았던 질문을 건넬 수는 있다. 두 장의 결과표에서 시작한 자기 이해는 유형의 이름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이름이 맞는 날과 맞지 않는 날을 실제 생활에서 오래 살펴볼 때 비로소 나에 관한 이야기로 바뀐다.

독자의 맥락과 여백

이 글을 읽으며 떠오른 당신의 장면은 무엇인가요? 질문과 선택의 맥락을 자기 노트에 기록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