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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다는 거짓 꿈

저자: 고경만 (해경, haegyung) · 출처: 브런치 채널 · 최초 발행: 2016-04-06 · 개선 정본 판본

무언가를 만들 때마다 ‘완벽한 제품’을 꿈꾸었다. 그런데 완벽을 오래 바라볼수록 준비 기간은 길어졌다. 중요한 문제보다 작은 흠에 매달렸고, 작업은 자주 엉뚱한 산으로 갔다. 제품을 만드는 시간보다 완벽한 제품을 찾아 헤매는 시간이 더 길었던 적도 있다.

애초에 내가 말한 완벽은 무엇이었을까. 결점이 없고, 더 고칠 필요도 없는 상태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제품을 나는 한 번도 만들지 못했다. ‘이 정도면 지금 쓸 수 있다’고 판단한 결과는 있었지만, 어떤 개선도 필요 없는 결과는 오지 않았다.

완벽한 창과 방패에 관한 오래된 이야기를 내 식으로 바꿔 상상해 본다.

한 장인이 어제는 어떤 방패도 뚫는 창을 팔고, 오늘은 어떤 창도 막는 방패를 판다. 손님이 묻는다. 어제의 창으로 오늘의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됩니까.

장인은 대답한다. 어제의 창은 어제까지 만난 방패를 뚫었습니다. 오늘의 방패는 오늘까지 만난 창을 막습니다. 내일은 또 다른 창과 방패를 만들 겁니다.

이 대답은 ‘완벽하다’는 말에 숨어 있던 시간을 드러낸다. 무엇이 충분한지는 쓰는 사람과 상황, 기술과 기준이 달라질 때 함께 바뀐다. 오늘의 문제를 풀었다고 해서 내일의 개선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 상태로나 내놓자는 뜻은 아니다. 지금 지켜야 할 조건이 있다.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는가. 약속한 핵심 기능이 작동하는가. 사용하는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문제를 남기지 않았는가. 이 조건을 통과하지 못했다면 더 고쳐야 한다.

조건을 통과했다면 다음 질문은 달라진다. 완벽한가가 아니라, 지금 쓸 수 있는가. 그리고 언제 무엇을 다시 고칠 것인가.

이 두 질문은 끝없는 준비와 무책임한 서두름 사이에 기준을 만든다. 현재 판본을 세상에 놓되, 다음 개선을 약속할 수 있게 한다.

‘완벽한’은 문법의 부정사가 아니다. 내게는 결점 없는 결과라는 거짓 꿈을 부정하는 말에 가깝다. 완벽한 사람도, 관계도, 팀도 내가 본 현실에는 없었다. 다만 오늘의 기준을 통과하고 내일 다시 달라지는 사람과 관계와 제품은 있었다.

완벽한 것은 없을지 모른다. 성장하는 것이 있을 뿐이다. 어쩌면 내가 원했던 완벽은 멈춘 상태가 아니라, 다시 고칠 수 있는 움직임이었는지도 모른다.

독자의 맥락과 여백

이 글을 읽으며 떠오른 당신의 장면은 무엇인가요? 질문과 선택의 맥락을 자기 노트에 기록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