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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것은 어디에서 오는가

저자: 고경만 (해경, haegyung) · 출처: 브런치 채널 · 최초 발행: 2016-03-20 · 개선 정본 판본

아이폰을 처음 보았을 때 많은 사람은 전혀 없던 물건이 갑자기 나타난 듯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화면을 손으로 만지고, 필요한 기능을 더하며, 전화기 하나로 여러 일을 한다는 경험은 그만큼 낯설었다.

그런데 아이폰 이전의 피처폰을 다시 떠올려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피처폰에도 화면과 메모리, 카메라, 통신 기능이 있었다. 프로그램이 움직였고, 게임이나 여러 부가 기능도 쓸 수 있었다. 이미 작은 컴퓨터라고 부를 만한 요소를 품고 있었다.

그렇다면 질문은 ‘어떻게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스마트폰이 나왔을까’가 아니다.

이미 있던 요소들이 왜 전에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쓰이지 못했을까.

나는 새로운 것을 볼 때 ‘변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여기서 변이는 완전히 새로운 부품 하나가 생겼다는 뜻이 아니다. 이미 있던 요소들의 관계가 달라지고, 사용자가 그 요소를 다루는 조건이 바뀌면서 다른 제품으로 읽히기 시작하는 변화다.

피처폰과 스마트폰을 가르는 차이도 이 관점에서 볼 수 있다. 피처폰은 컴퓨팅 기능을 품고 있었지만 주로 전화기로 쓰였다. 아이폰은 컴퓨터처럼 여러 기능을 다룰 수 있는 환경을 앞에 내세우고, 그 안에 전화 기능도 놓았다. 같은 요소가 있더라도 무엇을 중심에 두고 누가 기능을 확장할 수 있는지에 따라 제품의 성격은 달라진다.

이것은 당시의 모든 기술 변화나 산업 역사를 설명하려는 결론은 아니다. 아이폰의 성공을 한 가지 이유로 돌릴 수도 없다. 다만 새로움을 관찰하는 질문 하나는 얻을 수 있다.

제품을 보며 먼저 구성 요소를 적는다. 그다음 그 요소가 지금은 어떤 쓰임에 묶여 있는지 본다. 마지막으로 사용자가 더 자유롭게 조합하거나 다른 목적으로 쓸 수 있으려면 어떤 조건이 달라져야 하는지 묻는다.

예를 들어 화면은 정보를 보여 주는 부품일 수 있다. 그러나 입력의 중심이 되면 제품을 다루는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 카메라도 사진을 찍는 부품에 머물 수 있지만, 다른 기능과 연결되는 순간 새로운 쓰임을 얻는다. 중요한 것은 부품의 목록보다 그 부품 사이에 열리거나 닫힌 관계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다고 해서 늘 먼 미래를 상상할 필요는 없다. 익숙한 물건 안에는 이미 여러 가능성이 들어 있다. 다만 오래된 쓰임과 규칙이 그 가능성을 한 방향으로만 보게 만들 수 있다.

피처폰을 전화 기능을 가진 컴퓨터로 다시 바라보는 순간, 스마트폰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물건이 아니게 된다. 새로움은 없던 것을 꺼내는 마술이 아니라, 이미 있던 것들의 관계와 쓰임을 다르게 묻는 태도에서 시작될 수 있다.

독자의 맥락과 여백

이 글을 읽으며 떠오른 당신의 장면은 무엇인가요? 질문과 선택의 맥락을 자기 노트에 기록해 보세요.